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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게임픽

데스루프(DEATHLOOP) 리뷰

by 털케이크 2021. 10. 31.

 

오로치 돗포가 초당 10m, 그리고 9m 앞의 거북이가 1초마다 1m를 움직일 때, 거북이는 언제 따라잡힐까?

 

돗포가 거북이를 따라잡기위해 9m를 달려도 0.9초간 거북이도 조금 움직였다.

 

이번엔 0.9m를 더 뛴 0.99초, 역시 조금 전진해버렸다. 다시, 0.999초, 0.9999초....

 

...그리고 0.999...초 돗포는 거북이를 여전히 따라잡지 못했다.

 

0.9에 9를 아무리 많이, 영원히 붙인다고해서 1은 아니기 때문이랜다.

 

 

 

 

 

 

 

 

 

 

극한과 수렴이 어찌됐든 단위를 쪼개고 쪼개 버틴 거북이의 근성 승리로도 해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들어 자신이 0.000...9초가 지날 때마다 정지 갱신으로 돗포를 지치게 해 남은 0.000...1초를 지켜냈다 라거나,

 

마치 최소 체력을 소숫점 단위로 늘려가며 승부에 쐐기를 박은 프리스크 처럼 말이다.

 

 

 

 

 

 

 

 

 

 

 

 

 

 

 

저렇게 일회성 연출 뿐만 아니라 조건부로 체력 1을 남기고 즉사를 면하는 장비나 특성도 많이 볼 수있다.

 

특히 잔여 체력 비율이 많을 때 횡사를 방지해 긴장감을 줄여주면서 반대로 스치면 죽는 스릴의 트리거가 되기도 한다.

 

다만 몹이든 플레이어든 상대가 저 지랄로 버티면 아니꼽기 짝이 없음

 

 

 

 

 

 

 

 

 

 

 

 

 

 

 

 

 

 

 

 

 

 

 

 

 

 

 

 

 

 

 

 

그것도 한두번 버티면 망정이지, 자해판정과 기상무적으로 무한루프를 굴리는 저 닭대가리는 지옥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극한까지 내려간 체력바, 어떻게든 한대만 치면 이길 수 있으니 오기로 계속 덤볐고 계속 패배했다.

 

지금도 못 이기겠음ㅋ;

 

 

 

 

 

 

 

 

 

 

 

 

 

 

 

 

 

 

 

 

 

 

 

 

 

 

 

 

 

 

그래서 왠지 끌렸던 이 게임,

 

주인공이 돗포처럼 계속해서 9를 쓰는 동안 빌런이 거북이마냥 꼬박꼬박 1을 남기는 데스루프.

 

 

 

 

 

 

 

 

 

 

 

 

 

 

 

 

 

하루가 무한히 리셋되는 섬에서 정보를 모아 한 루프안에 타겟 8명을 처치하는게 게임의 목표. 언뜻 로그라이트 게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전혀 다르다.

 

랜덤 요소는 해봐야 적들의 장비 수준과 줄리아나의 난입이고 지형지물의 변형이나 이벤트는 반드시 정해진 인과관계를 따른다.

 

무엇보다 각 4개의 지역과 4개의 시간대에 흩어진 단서들을 모으고 연결하려면 리셋이 필요할 수밖에. 즉 그냥 루프가 소재인 잠입액션 게임인 셈이다.

 

 

 

 

 

 

 

 

 

 

 

 

아케인 전작들을 해봤다면 진행이 상당히 캐쥬얼해진 걸 느낄 수 있다.

 

회복 아이템을 따로 보관할 수 없는 대신 체력, 마나 수급이 간단해졌고 질주나 근접 공격에 필요했던 기력 게이지도 사라졌다.

 

거기에 죽음의 무게가 굉장히 가벼운 세계, 살인 등으로 별다른 선악 분기가 생기지 않아 이전 작에선 찝찝했던 학살을 초장부터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진행 중 세이브가 없어져 본인의 죽음은 무거워졌다.

 

그래도 메인 이벤트 대부분이 중간에 알아둔 비밀번호 등으로 재진입되고 아이템 보존 시스템 등 여러 보험이 있어 게임오버로 크게 날려먹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잠행 플레이만 고집하면서 세이브 로드 반복할 여지를 없애준 덕분에 진행이 시원시원해진거 같기도

 

 

 

 

 

 

 

 

 

다만 아케인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다면 조금 애매한 게임이 될 수 있다.

 

우선 요즘 슈팅겜은 필수로 달고나오는 미니맵 레이더나 전체맵 위치표시가 없다.

 

마킹으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도 어떻게 상호작용 해야할지는 직접 추론해야하며, 아예 마킹도 없이 메모해가며 풀어야할 퍼즐도 많아 여기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호불호가 더 심각한 것은 내러티브 쪽.

 

세계관 핵심 역사가 대부분 문서나 녹음기록 등에 담겨있어서 주로 들리는 주인공과 줄리아나 끼리의 무전 통신만으론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보기 쉬운 회상 컷씬이나 다른 주요 인물간 대화는 일절 없고 힙스터 회사답게 벽면에 나타나는 환영문자로 서사 표현을 보완해본 듯 한데...

 

 

 

 

 

 

 

 

 

 

이게 배경 설정과 연출상 참 괜찮은 아이디어이나, 보기만 좋지 읽기엔 영 아니었는듯

 

 

 

 

 

 

 

 

 

 

물론 액션게임으로서 밀도높고 입체적인 맵에서 다양한 초능력들로 벌이는 탐험과 전투는 팬이 아니더라도 손맛을 보장할 수 있다.

 

중후반 쯤부터 물린다는 사람 많던데 난 게임이 끝날 때까지 액션이 재밌었음.

 

 

 

 

 

 

 

 

 

 

실망스러웠던 점은 플레이어 행동에 따른 루프 내 영향이 역동적이지 않다는 것.

 

멍청한 ai야 너무 똑똑한 것보단 낫다. 선악 시스템의 부재는 세계관 설정과 잘 맞물린다.

 

그래도 타겟의 스케쥴 변화가 제한적이고 결국 8명을 제거할 계획이 단 한가지인건 납득이 안간다.

 

여러 상황을 구현하기 좋은 좁은 스케일의 무대고 엔딩에 도달하기까지 최소 3가지 플랜은 기대했는데... 유감스러움.

 

 

 

 

 

 

 

 

 

 

그럼에도 대중성을 포기하며 보인 각종 과감한 시도들은 훌륭했다.

 

표현이 난잡했다 뿐이지 기억상실+루프물이라는 직관적인 설정과 가벼운 분위기로 시작해 차근차근 벗겨내는 무거운 진실들은 나름대로 집중해서 들여다볼 가치가 있는 스토리 전개. 특히 주인공 콜트와 빌런 줄라이나 두 인물의 입장과 배경이 치밀하게 잘 정립돼있다.

 

새로운 구조의 AAA게임이었고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았지만 아케인 게임다워서 즐거웠음. 팬이 아니라면 할인 한 3만원 밑일 때 살만한 게임.

 

PvP는 자신없어서 안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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