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데스(Hades) 리뷰

역사상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신화인 그리스 로마 신화.
틀딱들이라면 잼민이 시절에 학습만화책으로 꽤나 많은 내용들을 접해봤을 것이다.
헤라클레스 등 신화다운 영웅담도 많지만 식인, 동성애, 수간, 근친, 성기절단 등 각종 막장행위가 빠짐없이 다 나오는걸로도 유명하다.

그 만큼 신화 속 설정이 풍부하고 매력적이라 게임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한다.
어크 오디세이처럼 신화 이전 종교로서 추대될 시절에 재해석을 더하기도 하고

갓 오브 워처럼 신화 속을 무대로 새로운 소재를 얹어 이야기하는 게임도 있다.

그리고 신화속 신들이 사용하던 무기는 수많은 게임에서 다뤄진다.
제우스의 심판,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레스의 검, 아테나의 방패, 하데스의 낫...

하데스의 낫???

하데스는 바이던트라는 창이 주무기였다.
신화 속 무기일 수록 고증이 중요한 법인데

대략 2년간의 얼리엑세스를 마치고 작년 말 발매된 게임 하데스.

PC판, 스위치판 둘다 무려 메타 93점을 맞았다.
이런 초갓겜을 안해볼 수가 있나

게임은 두 문장의 내레이션 인트로 영상을 마치고 곧바로 시작된다.

튜토리얼 격의 전투를 끝내고 나면 아테나와 RPG스런 대화를 주고받고 은혜를 하나 고르게 해준다.
여기서 주인공 이름이 하데스가 아닌 자그레우스임을 알 수 있다.

방 단위로 맵을 이동하면서 전투와 보상의 반복, 그리고 갈림길.

딱봐도 보스룸인 곳을 앞두고 나타나는 그 장르 특유의 직관적인 상점...
이쯤봤으면 무슨 게임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뒤지면 모두 잃고 처음부터. 바로 로그라이크 게임.

대충 자그레우스는 저승의 왕자이고
가출시도 - 죽음 - 집에서 부활을 반복한다는 설정이다.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기존 로그 게임들과 다른 점을 엿볼 수 있는데
전 대사 풀보이스에 호감도작이 가능한 수많은 NPC들,
그리고 실패를 반복할 때마다 새로이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들과 메인 스토리다.
끝난 세션은 월드리셋이 로그라이크의 기본이지만
이겜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신인지라 죽지 않고
게임오버 대신 탈출실패 - 부활이라는 명목으로 출발점에 돌아오기 때문에
자그레우스의 가출중독 이야기가 자연스레 흘러간다.
물론 탈출에 성공한다고 스토리가 그대로 끝나는건 아님.
사소한 대사들 조차 분량이 상당한 탓에 계속 죽는게 지겹다는 느낌보다 다음에 어떤 이벤트나 대화가 오고갈지 기대될 정도다.

도전과 죽음이 반복되는 로그라이크이면서도 볼륨있는 스토리가 더해졌기 때문에
특성과 무기 강화 등의 성장요소도 위화감없이 자리잡고 있다.

클리어를 쌓아갈 수록 "규약"이라는 세부적인 핸디캡 세팅을 반강제적으로 요구하니 덜매울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탈출 시도 전에 각자 네가지 모드를 가진 6개의 무기와 패시브를 가진 여러 기념품 중 한개를 각각 고를 수 있고
진행 중 랜덤하게 튀어나오는 200여개의 신의 은혜(퍽)과 12가지 무기 강화가 존재한다.
스타트 세팅, 입수 은혜, 무기 강화에따라 가능한 조합과 효율이 천차만별이라
시작 전 어떤 신의 퍽을 주력으로 밀며 어떤 무기강화로 시너지를 노릴지 미리 구상해놓는 것이 좋다.
다른 로그 게임에 비해 적은 갈림길, 넉넉한 리롤찬스, 보정에 따른 예측이 어느정도 되기 때문에
계획한 빌드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로그라이크로서의 재미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운이 안따라 중간에 빌드를 뒤엎어야 할 때도 많지만, 그렇게 예상치 않게 탄생한 조합이 주는 신선함도 색다르다.

오늘의 플레이 결과 및 빌드. 흡혈게이짓이 잘 먹혀들어간듯.

게임 내 퀘스트형식의 도전과제나 NPC 이벤트 역시 다양하다.
허무하게 죽어도 차곡차곡 게임을 진행해나가는 느낌을 주는게 로그라이크같지 않은 로그라이크다.

장르 요소를 충분히 챙기면서 전개되는 몰입력 있는 서사, 덕분에 개연성있게 가미된 성장요소 등
로그식 매운맛에 데여본 똥손들에게도 로그식 달콤함을 선사해줄 수 있는 특별한 게임이다.
호불호 따지지 말고 하데스는 꼭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