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게임의 후속작 발매는 언제나 게이머를 설레게 한다. 놀라운 스토리, 세련된 브금, 찰진 손맛 등 팬들이 기대할만한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 중 가장 많은 기대를 받는건 개선된 그래픽이다. 대부분의 팬들이 시대에 걸맞는 그래픽으로 다음편이 돌아오길 바란다.
물론 전작이 이미 뛰어난 그래픽이라 신작 발매시점에서도 그럭저럭 봐줄만하다면 욕먹을 일은 아닌데, 더 나아질 여지가 분명함에도 그대로 나온거라면 최근의 포켓몬마냥 '그래도 팔리니까' 대충만든거 아니냐는 비난까지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래픽은 게임의 전부가 아니다. 전작이라는 비교대상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함. 설령 그래픽이 지저분해도 시리즈의 전통과 걸맞는 게임성을 갖췄다면 된거 아닐까? 실제로 직접 해보니 그래픽만 좋아졌을 뿐 전작만한 재미가 없으면 속편으로 나온 의미가 없다.

그런 그래픽 개선은 후속작에서 불필요함을 보여주는 게임에 이스 시리즈가 있다. 최근 어설픈 그래픽으로도 작품마다 신선한 재미를 보여줬던 액션RPG였고, 최신작인 9편 역시 시대착오적인 그래픽임에도 재미는 보장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늘 소개할 게임이 그 이스9 - 몬스트럼 녹스.

진행 방식이 8편의 구조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스토리를 풀어나감에 따라 점차 넓어지는 맵, 간단한 퍼즐이 있는 던전들, 전작과 같은 디펜스 전투인 그림왈도의 밤 등 설명만 늘어놓으면 정식 넘버링치곤 변화가 모자란 것 아닌가 싶지만, 전작이 표류자들끼리 힘을합쳐 무인도를 탈출한다는 배경과는 달리 9편은 괴인의 저주를 풀기위한 감옥도시 모험이 목적이다. 때문에 같은 진행 구조라도 분위기는 일변했기에 분명 색다른 맛이 있었다.


특히 흔히 RPG에서 보이는 몬스터가 배회하는 필드 대신 멀쩡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도시 내외부가 주 무대가 되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러나 도시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거 같이 말해놓고 다소 억지스런 이유로 인해 곳곳에 통행불가의 장벽으로 가로막혀 있는게 좀...
거기에 매 챕터마다 이를 해제하기 위해 사이드 퀘스트가 반강제되는데, 이게 메인 스토리의 흐름을 끊어먹을 뿐더러 퀘스트 내용도 능동적인 해결이 아닌 대부분 도시의 느낌표를 따라가는 조잡한 심부름 뿐이라 실망스러웠다.

맵을 넓혀가는 것이 지루한 것과 반대로 이능액션의 벽타기, 활강 등으로 도시를 질주하는건 상당히 즐거웠다. 다른 오픈월드 게임이었으면 조금 식상했을 요소이나 JRPG의 답답한 이동방식에 자연스레 씌인 탓일까? 전작과 가장 차별화되는 재미를 줬다.
시리즈 특유의 던전의 입체성도 이에맞게 진화했는데 이 때문인지 다소 짧아진 점은 좀 아쉬운 부분.

전투 시스템도 전편과 다를게 거의 없다. 이능액션은 보스전에 있어 다채로움을 더해준 정도고 7부터 이어져오는 동료시스템, 저스트 가드/회피를 통한 무적시간 확보, 스킬 연타가 전투의 주를 이루는건 변함이 없다. 연출도 조금 개선됐을 뿐 느낌은 거의 똑같. 그러나 변화가 없을 법한게 8편의 스피디함과 패링의 손맛이 워낙 짜릿하고 물리지 않아서 재탕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딱 하나 꼽자면 전작처럼 만능 패링으로 보스의 위협적인 패턴도 너무 쉽게 파훼되어 시시해진다는 것.

여기까지 보면 전작의 확장팩 정도가 아닌가 싶지만 이스9이 재밌었던 이유는 스토리에 있다. 영문 모를 괴인의 존재나 뜬금없는 감옥 내부의 스토리 등 미심쩍은 떡밥이 계속 제시되어 흡입력을 유지하고, 이 모든 게 후반에 이르러 놀라운 반전으로 회수된다. JRPG의 생명이 잘빠진 스토리임을 생각하면 이스9의 분명한 강점. 매력넘치는 벙어리 주인공 아돌을 몰입하기 쉽게 표현한 것 역시 9편에서도 여전하다.

비주얼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게임의 얼굴을 담당하는데 안 짚고 넘어갈 수 없다. 분명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 나아진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래픽 묘사나 모션 연출은 가끔 몰입을 해칠 수준으로 구리다. 안그래도 컷씬 많은 게임에 모션이 구린건 좀 치명적인듯. 비타 동발이라는 이유가 있던 전작과는 달리 9는 플스4로 개발된걸 생각하면 조금 열받을 정도다.
9편이 낡은 엔진으로 개발된 마지막 작품이라지만 저예산으로 자주 뽑아내는게 팔콤 방식인걸 생각하면 속편에선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임.

그래픽 외엔 칭찬을 많이했지만 전체적으로 8편만큼 재밌진 않았다. 하지만 후반부가 전작에 못지않게 몰입됐었고 그래픽만 빼면 팬들의 기대에는 충분히 부응한 갓겜이라 생각한다. 만약 이스시리즈를 해보지 않았다면 8을 먼저 해볼 것을 추천하고, 전작을 즐겼다면 풀프라이스에도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시리즈를 전체적으로 다 해봤다면 엔딩에서 끝내주는 팬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음.
깜빡할 뻔했는데 이번 이스도 브금 하난 확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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